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선주의 주된 수입원은 운임 수입보다는 중고선의 가격상승에 의한 수입이었다. 따라서 중고선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을 이해하고 이들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중고선의 적절한 매입 시점을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고선의 가격은 중고선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시장의 분할과 선박의 특징
신조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선박의 종류에 따라 선박 시장이 따로 형성되며, 선박의 사양과 그 사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규모의 경제효과로 인해서 선박이 커질수록 단위당 가격은 낮아진다. 보다 복잡하고 특수한 선박의 경우에는 중고선의 가격이 더 높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PANAMAX 건화물선의 경우 선구가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선구를 갖춘 중고선의 수익력이 더 높을 것이므로 가격이 훨씬 높다. 신조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입 선박의 개수가 늘어나면 선박 1척당의 가격은 낮아진다.
시장조건: 현금흐름과 수익성
신조선과 마찬가지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중고선의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수익성이 확보되기만 한다면 중고선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전통적으로 운임들이 중고선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대한 좋은 지표가 된다.
중고선의 가격은 미래에 기대되는 운임 규칙을 반영하고 최소가격은 신조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기대 운영 현금흐름과 잔존가치를 현재가로 할인한 값에 의해서 결정된다.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낮은 운임률에도 높은 선가를 유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는 운임률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박 가격에 대한 기대가 중고선의 가격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조선에서 과거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의해서 누적되거나 누감된 이익잉여금이 신조선의 가격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동일한 논리가 중고선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중고선의 경우에도 과거, 현재, 미래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의해서 그 가격이 영향을 받고, 운임률시장(그리고 세계 경제,정치적인 사건, 선대의 크기 등과 같은 수요공급변수)은 수익성과 현금흐름의 정확한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고선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선령, 기술적인 진부화와 선체의 상태
선령이 높아지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잔여기간이 줄어든다. 잔여기간이 줄어든다는 사실 때문에 자산가치의 상승 가능성이나 스크랩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중고선의 가격은 선령이 높아짐에 따라 하락한다.
또한 기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짐에 따라 신조선에 비해 중고선의 비용 효과성이 줄어든다. 즉, 신조선일수록 연료 효율성이 높고 보다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인 운항이 가능해짐에 따라 중고선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지게 된다. 과거 터빈으로 운행하던 탱커선들의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고 스크랩으로 해체된 원인은 운항은 가능하지만 낮았기 때문이었다.
선박의 상태는 해운업에 대한 법적인 규제, 회사의 유지 관리정책 그리고 회사의 재정 상태에 따라 달려 있다. 중고선은 상태가 천차만별이겠지만 선령이 높아질수록 상태가 나빠질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라 유지관리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은 당연하다. 또한 위험이 커짐에 따라 보험료도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선령이 12년 이하인 경우에는 조선소에서의 선박검사가 2년 반마다 이루어지지만, 선령이 12년을 초과하면 조선소에서의 선박검사가 2년마다 이루어진다.
선박의 기계장치, 엔진, 기어, 선체, 화물창, 갑판의 승강구, 갑판 등의 상태가 중고선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특수검사를 막 마친 중고선이라면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4~5년마다 이루어지는 특수검사가 가장 확실한 검사이며, 검사 결과 상당한 정도의 유지보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특수검사를 곧 받아야 할 선박이라면, 특수검사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다.
선박의 상태는 시장 조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시장이 호황이면 수리 및 유지보수의 기회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지보수를 뒤로 미루거나 필요한 검사 기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시장이 불황인 경우에는 선박을 유지보수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작기 때문에 현금흐름의 제약 정도에 따라 유지보수의 정도가 결정된다. 즉, 호황인 시장에서는 현금흐름이 많아서 값비싼 유지보수가 가능하지만, 불황인 시장에서의 현금흐름은 적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보수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시장 조건이 악화하면 선박의 운항을 중지하는 수도 있다. 즉, 운임들이 너무 낮아서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손해만 자초하는 경우에는 운항을 중지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선주가 선박에 대한 금융비용 때문에 선박의 운항을 중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경쟁심, 운항을 중지하는 데 드는 비용 그리고 운항을 재개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운항을 중지하는 결정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일단 운항을 중지하면 운임들이 오르거나 선박매각가격이 오르는 것을 기다릴 수 있다. 운항을 중지함에 따라, 보험료(배가 흔들리거나, 닻이 꼬여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도난이 발생함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을 커버하기 위한 보험료), 감시원 고용 비용, 항구정박료, 법적 및 행정적인 비용 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기는 하지만 운항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운항을 중지한 선박을 다시 운항을 재개하려면 선원을 다시 충원해야 하고, 기계장치 등을 다시 손봐야 하고, 법적 및 행정적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재개 비용의 크기는 모든 시스템이 작동되는 운항 정지를 했는지, 아니면 모든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 '차가운(cold)' 운항 정지를 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보통 운항 정지를 했을 경우의 재개 비용이 차가운 운항정비를 했을 때의 재개 비용에 비해서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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