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는 선박의 공급을 담당한다. 따라서 조선소의 선박 건조 능력이 필요한 선대를 원하는 만큼 생산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물론 조선소의 건조 능력은 조선소 시설에 대한 투자의 정도와 노동자들의 숫자 및 그들의 생산성에 따라 달려 있다. 신조를 공급하는 것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조선소의 숫자이다. 조선소의 경쟁력은 내부비용과 생산보조금의 크기에 따라 달려 있다. 내부비용이란 선박의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 및 부자재, 노동력 그리고 행정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한다.
조선산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한 구조를 갖고 있으므로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요인들이 조선소의 경쟁력, 즉 선박 가격을 결정짓는다. 선주의 입장에서 어떤 조선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보자.
1. 가격경쟁력
신조선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자본 집약적인 투자이지만, 조선소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의 조선소가 서방세계의 조선소보다 인건비의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또한 정부의 정책도 산업 및 경제발전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조선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보다 유리한 차입조건과 경쟁적인 신조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얼마나 잘 이용하여 신조선을 주문할 수 있는지가 조선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신조 가격이 낮다고 해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면 조선소의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2. 명성
조선소가 부품과 원자재의 품질이 낮고, 노동자들의 기술이 부족하여 납기를 맞출 수 없어서 평균 이하의 품질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면, 신조의 가격도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앞선 기술을 갖고 있고, 최고 품질의 부품과 자재를 사용하며, 숙련된 노동력을 가진 조선소가 제시하는 가격은 프리미엄 가격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여타국의 조선업체들에 비해서 가진 장점이다.
3. 거래조건
조선소가 특정 거래에 대해서 제시하는 거래조건도 선주가 조선소를 선택하는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선소가 가격을 양보하지 못하지만 주문 시점에서부터 인도 시점까지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급하고라도 주문하게 된다. 이는 그만큼 빨리 선대의 시장진입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 시장 상황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의 단축이 이루어지면 단축된 만큼 건조 기간에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문 시점부터 인도 시점까지의 시간이 고정되어 있으면, 인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부채가 발생하는 속도를 조정함으로써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조선소가 하청을 줄 수 있는 권한의 크기, 하청업자의 능력 그리고 최종책임자가 누구인지 등도 선주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4. 거래통화
해운업과 같이 국제적인 성격을 가진 산업에서는 수익과 비용이 동일한 통화로 발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볼 때 해운업의 수입은 대부분의 경우 달러 표시로 발생하고, 조선소의 신조선 계약도 달러 표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해운업자가 통화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많은 조선소가 가격을 자국 통화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문자가 자국 통화로 신조선 주문을 하고자 할 때는 상당한 정도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1976년에서 1978년과 1985년에서 1988년 사이에 엔의 가치가 상승할 때 엔으로 계약을 한 선주들이 엔 표시의 부채와 이자를 지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들이 선박을 주문한 1970년대 초반과 1980년대 초반은 주문이 피크를 이루던 시점이어서 조선소가 원하는 대로 엔화 표시로 주문을 한 것이 결국은 엔화 가치의 상승에 따른 어려움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조선소는 엔화로 수취하므로 환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환위험에 따르는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해운에서 통화 헤징의 중요성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5. 거래의 성격
거래의 성격에 따라 선박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상적으로 주문이 이루어진 선박의 경우에는 'cost and mark up(원가에 일정 비율의 이익을 합산하는 가격 결정 방식)'에 의해서 조선소가 일정 수준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주문자가 인수하기를 거절한 문제가 있는 선박이라든가, 주문자의 부도로 인하여 조선소가 인도하기를 거절한 선박 그리고 신조선에 대한 주문이 없는 기간 동안 조선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 조선소가 임의로 건조한 선박 등은 시장가격에 의해서 거래된다.
6. 신조선 시장과 기타 해운시장 사이의 관계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신조선의 가격은 신조선에 대한 수요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중고선 시장과 운임률시장과 같은 여타의 해운시장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또한 수요공급곡선 자체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 현실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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