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 시장에서의 선박 가격의 결정

 

 

자본비용이나 선박의 가격이 신조선과 중고선의 선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다. 여기서는 선박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조선의 가격은 신조선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1 선박의 사양과 시장 분할

선박 시장은 선박의 종류에 따라 분할된 시장이므로 분할된 시장 내에서의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또한 분할된 시장 내에서도 선박의 크기, 디자인, 설비 그리고 속도와 같은 선박의 주요 특징들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박의 특징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조건, 물동량의 흐름, 규제, 규모의 경제 등이 선박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크기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규모의 경제의 효과에 의해서 크기가 커질수록 톤당 가격이 하락한다. 반면 디자인과 설비가 복잡할수록 그리고 선박의 운항 속도가 빠를수록 선박의 건조 비용은 상승한다. 또한 선주의 요구에 부응하여 제작할수록 표준적인 설계에 비해서 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조선소가 주문량 증대를 위해서 선박 가격을 대폭 삭감하기도 한다.


2. 시장조건, 현금 흐름과 수익성

다른 투자안의 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선박의 매입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해운시장의 수익성이 높으면 신조 수요가 늘어난다. 역사적으로 운임이 신조 선박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이다.

건화물선과 탱커선이 운임이 신조선 가격과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여준다. 즉, 해운시장이 호황이면 신조 가격이 상승하고, 해운시장이 불황이면 신조 가격이 내려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운임이 폭등하는 시장에서 차입조건까지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신조 주문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운임이 폭락하는 시장에서는 신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는 조선소가 직접 선박을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신조 가격은 일반적으로 미래에 기대되는 시장 조건을 선반영하기도 한다. 미래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 신조 가격도 그에 발맞추어 상승한다. 전통적으로 운임이 해운업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좀 더 명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기대 운영 현금흐름과 잔존가치를 할인하여 최대 매입가를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조 가격은 과거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과거의 호황이었던 시장에서는 잉여금이 누적되어 신조선이 늘어나는 시차 효과가 나타난다. 잉여금이 누적되어 있으면 신조 주문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에 대한 대출이 어려워서 지분의 형태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과거에는 잉여금이 누적되면 신조 주문이 늘어나는 현상이 흔히 발생했었는데, 지금과 같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과거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신조 주문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서 한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3. 중고선 시장

신조선 시장은 중고선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선박의 경우, 신조선과 그에 상응하는 중고선은 상호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상대적인 가격수준에 따라 중고선과 신조선의 각각의 수요량이 영향을 받는다. 중고선의 가격이 낮으면 신조선의 주문량이 줄어들고, 중고선과 신조선 사이에 가격 차이가 없으면 신조선의 주문량이 늘어나서 신조선의 가격이 상승한다.


4. 자금조달

대부분의 선박이 신용에 의해서 매입되므로 신조선 매입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이 바로 금융 조건이다. 해운업에 대한 대출 조건이 수월해져서 선주들이 보다 쉽게 신조선을 주문할 수 있게 되면, 물론 신조선의 가격상승 원인이 된다. 정부의 생산보조금이 신조선에 지급되면(아주 낮은 이자율 조건이거나 손해 가나는 이자율 조건으로) 신조선의 가격이 낮아져 경쟁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면 신조선의 공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신조선의 가격이 하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