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이 중고선보다 나은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주문자의 요구를 반영한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장 최신의 기술을 사용하여 원하는 사양대로 주문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문생산의 이점 때문에 선주는 용선자의 요구대로 선박을 주문할 수 있다. 나용선, 장기용선 그리고 리스계약 등의 경우에는 용선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조선업의 초기에는 신조선 투자자가 선박의 설계도면 갖고 여러 조선소를 돌아다니면서 조선의 가능성과 가격을 타진하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조선소에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투자자와 조선소와의 관계는 주문자와 생산자의 관계로서 항상 일회성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선소에서 대량생산의 개념이 도입되게 되고,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특히 전쟁 물자 수송이라는 특수한 수요에 맞추어 빠르고 효율적으로 조선을 하는 것이 과제가 되었다. 이렇게 대량생산이 된 선박으로 어떤 형태의 물건이나 저렴한 비용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미국의 리버티 수송선(US Liberty Ship, 2차 대전 때 대량 생산한 1만톤급 수송선)을 들 수 있다. 리버티 수송선은 화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어디에나 운송이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운송 수단으로서의 전쟁이 끝난 후 20여 년 동안 그 역할을 지속하였다. 리버티 수송선의 뒤를 이은 대량생산 선박으로는 영국이 건조한 SD14(Standard Design 14,000 dead weight ton General Cargo Ship)와 일본이 건조한 Freedom이 있다. 현재도 완전한 주문생산도 가능하지만, 조선소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소수의 기본디자인을 갖추고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약간씩만 변형이 첨가된 수준에서의 선박생산이 주류를 이룬다.
선박의 기본사양이란 크기, 디자인, 속도 그리고 설비로 구성되고, 선주가 원하는 기본사양에 따라 신조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중고선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선주가 원하는 기본사양을 갖추지 못한 중고선을 가격이 싸다고 매입하게 되면 나중에 용선이 불가능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현명치 못한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박의 기본사양인 크기, 디자인, 속도 그리고 설비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이 있으며, 이들 요인이 보다 싼 가격의 중고선을 매입할 것인가 아니면 신조선을 할 것인가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선박의 사양을 결정짓는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반하고자 하는 화물의 성격이다. 화물의 종류에 따라 운송요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곡물의 운송 단위는 철광석의 운송 단위보다 작다. 따라서 철광석 운반선보다 곡물 운반선의 평균 크기가 더 작기 마련이다.
또한 선박 내부의 쓸데없는 공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최고의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대형의 선박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왜냐하면 시장이 불황 상태가 되면 적은 양일지라도 여러 가지 종류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버틸 수 있는 필수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고 고가인 상품은 절도의 대상이 되고, 날씨와 사고에 따른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반을 위해서 컨테이너선이 개발되었다. 수산과 같이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상품을 위해서 냉동선이 개발되었으며, 크기가 크고 싣고 내리기가 힘든 화물을 위해서 롤온롤오프선이 개발되었다.
특정 화물 때문에 전용 선박이 개발되었지만, 전용 화물과는 반대로 어떤 화물이든지 실을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범용선박도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OBO(Oil, Bulk and Ore Carrier)선이나 CON(Container and Bulk Carrier) 등이 대표적인 범용선박이라고 할 수 있다.
화물의 종류에 따라 선박의 속도도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화물의 크기와 화물의 가치는 반비례한다. 크기가 크고 단위당 가치가 낮은 화물의 경우에는 운송비가 전체의 비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선박의 속도가 느려도 상관이 없다. 반면에 크기가 작고 고가인 화물의 경우에는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으므로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선박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야 한다. 따라서 가치가 높은 화물은 운송비가 비싸고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정기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가치가 낮은 화물은 느린 속도의 대형운반선을 이용하게 된다.
화물의 성격뿐만 아니라 화물의 흐름도 선박의 사양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럽지역에서의 철광석이 고갈됨으로써 보다 더 먼 곳으로부터 철광석을 운반해 와야 하므로 대형 철광석 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나고, 원유 생산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정유시설이 갖춰짐으로써 원유 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난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정유시설을 제3국에서 운영하면서 이를 운반하여 사용함으로써 정제유 운반선의 수요가 늘어난다. 또한 그에 따라 항구시설이 확충될 수밖에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중국이 전 세계적인 생산기지의 역할을 하게 되자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교역량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전 세계의 선대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거래지역, 특정 항구 사이의 항로, 항구의 기반 시설 등도 미리 알려진 경우에는 선박의 사양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호수에서 운항하는 선박이나 얼음을 깨고 운항하는 선박이라면, 그에 알맞은 사양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운하를 통과해야 한다든가, 선폭과 선장, 흘수 등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야 한다. 항구가 가진 하역능력, 창고 능력, 다른 항구와의 연계 능력 등도 선박 사양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미래의 운임률과 연료의 기대치가 주어질 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선박을 실제로 그 성능만큼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창 번창하고 있는 시장이라면 높은 속도도 경제적으로 가능할 것이고, 선주의 수입도 늘어날 것이며, 용선자도 높은 운임률로 추가로 용선을 해야 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이 악화하면 살아남기 위해서, 낮은 속도로 운항이 이루어져야 하고, 연료를 아껴야 함과 동시에 운영비용도 줄여야만 한다.
국제적인 규제도 선박의 사양에 영향을 미친다. 원유 선박의 좌초에 의한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해서 원유 세정 시스템(crude oil washing)과 비활성 가스 안전 시스템(inert gas safety system)이 도입되었고, 해양오염 방지법(US Oil Pollution Act 1990)이 발효되어 탱커선의 경우 원유 운반선은 이중 선체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규제에 의한 비용이 늘어나자 원유 메이저들은 자사 선박을 보유하기보다는 용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한층 강해졌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은 원유 메이저 회사일수록 용선자가 규제를 준수하도록 종용하는 경향이 강해져 고용 창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규제가 증가함에 따라 자본비용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수준이 낮아지므로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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