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해운업의 호황기와 해운 사이클의 정점

운임들의 역사적인 패턴을 살펴보면 일정한 순환구조를 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순환구조의 정점은 순환구조 상에서 상향의 움직임이 완결되는 점이다. 호황기라는 것은 순환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나서 정점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기 선박의 운임들은 해운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철저하게 영향을 받으므로 수요의 증가 또는 공급의 감소는 호황기 또는 운임의 상승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해운 순환구조의 정점은 수요의 증가 또는 공급의 감소에 의해서 촉발된다. 그러나 운임들의 증가 또는 호황기의 정도는 해운업이 공급 곡선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인 조건과 어떤 종류의 선박을 분석하는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운하가 폐쇄되거나 하는 등의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해운 수요가 증가하고 편당 화물 수송량이 증가한다. 즉, 운하가 폐쇄되면 세계 교역패턴의 지역적인 구도가 바뀌게 되고, 해운을 통한 운송량이 변화한다. 1957년과 1967년 두 차례에 걸쳐 수에즈운하가 폐쇄되어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거치는 중동과 유럽 간 항로에서의 선편당 평균 화물 운송량이 증가한 적이 있다.

해운업이 공급곡선 상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1956년의 원유 운반선 시장은 원유교역량의 증가에 힘입어 수요와 공급이 균형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원유공급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일 때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원유 운반선의 운임들이 갑자기 상승하였다. 그러나 1967년에는 원유가 초과 공급되어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상태일 때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운임들은 약간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편 어떤 종류의 화물에 대한 수요·공급이 변하는가도 운임들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호황기라 하더라도 모든 부분에 그 영향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1967년 당시에는 건화물선보다 원유 운반선이 주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였다. 따라서 이때 운임들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원유 운반선이었지 건화물선이 아니었다.

이외에도 전쟁이 발발하면 운송 수요가 늘어나서 운임들이 증가한다. 1951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건화물선의 운임들이 급격하게 상승한 적이 있다. 정치적인 사건도 운임에 영향을 미친다. 1970년 리비아의 탭 라인(Trans-Arabian Pipeline)이 폐쇄되고, 1973년 리비아의 유정이 국유화되자 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그에 따라 보다 먼 곳에 있는 중동산 원유의 수요가 늘어난 적이 있다. 경제적인 사건도 운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79~1980년의 제2차 석유파동(oil shock)이 발생하자 에너지원의 일부가 원유에서 석탄으로 변화하였고, 그에 따라 건화물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운임들이 상승했지만 하락하였다. 곡물의 작황 등도 운임에 영향을 미친다. 1963, 1972, 1975, 1977, 1979년은 러시아의 곡물의 작황이 시원치 않은 해에 건화물선의 운임들이 대폭 상승하였다.

 

(2) 공급 관련 요인

조선소의 건조량 부족 이외에도 해운 공급의 실질적인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다. 화물이 폭주하는데도 항구가 비좁아서 하역이 원활치 않을 때는 운항할 수 있는 선대의 양이 줄어들어 해운의 공급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1979년과 1980년 사이에 미국의 햄프턴 로드와 여타의 미국항구들에서 석탄 광부들이 파업을 일으키자 이 시기에 건화물선의 수요가 폭증하였다.

전쟁이 발발하면 물자의 수송에 대한 수요 때문에 선대의 수요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군사적인 성격의 선박징발 때문에 선대의 공급이 줄어든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때 영국의 상업적인 선박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적이 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선대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쟁 때는 수송기가 많이 징집되었지만 별 영향이 없었다.

선대 공급이 줄어드는 다른 요인으로 선원의 파업을 들 수 있다. 1962년과 1971년 일본의 선원들이 파업하여 일본 선박들의 상당 부분이 운항을 중단했었다. 또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됨으로 인하여 선대의 공급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평형수 탱크에 관한 규제가 새로이 도입되자 선대의 공급이 줄어든 것이 하나의 예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행동 결과, 공급이 감소할 수도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탱크선 부분에서 장기적인 용선계약이 늘어남에 따라 현물시장에서의 탱커선의 공급이 줄어든 적이 있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장기용선 계약이 줄어들자 그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하였다. 1979년에는 그 이전의 불황으로 인하여 많은 탱크선이 시장에서 퇴출당한 결과, 걸프 지역 원유의 수송에 대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탱커선들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