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3일 나영석의 나불나불에서는 나영석이 1박 2일 연출때 함께했던 김종민이 나영석, 우정작가, 김대주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올해로 16년째 1박 2일에 출연하고 있는 김종민은 1박2일 시즌 1,2,3,4를 모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연예인이다. 2주에 한번 금토 촬영으로 16년째면 강산도 한번 변하고 반쯤 변하고 있는 시간이다. 2주에 한번이면 1년에 촬영만 26회 가량이고 따라서 그간 416회에 이르는 방대한 회차를 함께해온 것이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가 아닐 수 없다.
우정작가는 김종민과 서로 어린시절부터 만나서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지금 만나도 너무 반갑고 편한 마음이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하긴 고향과도 같은 그 자리에서 그녀는 떠났지만 아직도 그 시절에 함께했던 스태프들과 여전히 남아있는 그의 모습에서 친정 남동생같은 느낌이 날 듯 하다.
현재 1박2일 PD인 정규 피디와 갑작스럽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정규피디는 김종민은 분량 안나왔다 싶으면 한번씩 바보짓 해주는 형이라며, 그렇지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종민은 1박2일에서 피디만 7번 바꿨다고 한다. 지금 정규 피디는 나영석과 함께했던 시즌 1에서 마지막에 참여했던 막내 피디였다. 세월이 그만큼 흐른것이다.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김종민은 군대에 다녀왔을때가 가장 힘들었고 그때는 완전 충격과 맨붕이었다고 말했다. 김종민은 원년 맴버로 시작했지만 중간에 2년동안 군대를 다녀왔고 재대와 동시에 재합류했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군대 재대와 함께 픽업해서 여행을 바로 떠나는 컨셉을 처음 만든것도 1박 2일이었다) 군대 가기전에도 그렇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다녀와서는 달라진 프로그램 규모와 인기, 그에 발맞추지 못했던 자신의 한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반응한다는 그였다.
나영석 피디도 그 당시에 상부에서 김종민 하차 압박을 많이 받았었다며,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그 사이에 유입된 많은 팬들이 갑자기 등장한 김종민에 대한 불만을 표했었고 그것이 하차요구와 욕으로 이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원년맴버들을 모아서 2박 3일 같은 패러디 프로그램을 찍자고 제안한다면 어떨것 같냐는 나영석 피디의 질문에, 김종민은 "그들과 함께하면 아직도 트라우마 반응으로 공황같은 게 와서 흐름에 맞지 않는 이야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며 나영석 피디나 강호동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카메라가 돌고 막상 일을 해야하는 타이밍이 오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발전했던 인터넷 환경도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그 전에는 시청자 게시판이 유일한 통로였지만, 딱 그때 쯤 네이버 실검이나 기사에 달리는 댓글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그때 김종민 하차 청원운동이 일어났고, 김종민은 그 댓글들을 읽으며 못마시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다가 1년만에 다시 적응했었잖아?" 라는 우정 작가의 질문에 김종민은 "시즌 1때는 한번도 적응한 적이 없었어요. 그냥 참고 노력했던 거에요."라고 말하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나 피디는 정말 몰랐다며 미안해하며 사과했지만 오히려 김종민은 그런 자신의 상황을 몰라주는게 더 좋았다며, 만약에 알았으면 신경쓰고 챙겨주는 스태프들이 더 부담스러웠을 거라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생리상 시청율과 인기, 시청자의 반응이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였기때문에, 나피디도 상부의 압박을 많이 받았던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김종민은 그런 나피디에게 미안한 마음과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참고 기다려주는 형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나피디는 "얘 하나쯤 포텐셜이 떨어져도, 다른맴버들이 있고 그들이 종민과 함께하기 원하니까,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지" 하며 담담히 그때의 심정을 전했다.
한편, 김종민은 시즌 2에서 김준호 차태현 김주혁을 만나고, 그때부터 좀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담과 트라우마만 있었던 시즌 1 맴버와 연출진이 떠난 자리에 그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연출진과 맴버들의 합류는 그에게 새로운 자신감과 편안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쩌면 나피디 우정작가가 떠난것이 김종민에게는 전환의 찬스와 치유의 기회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연예대상을 타고 방송인터뷰를 많이 했던 2017년 그시절 한 인터뷰에서 그는 그 수많은 악플에 대해 "맨정신으로 볼 수가 없어서 술을 먹고 취했을때마다 계속 그 글 봤다"며, "어느 순간 그 글들에서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었다. 이내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어떤 분들은 김종민이 잘됐으면 좋겠어서, 또 어떤 분들은 정말 내가 싫어서, 그런마음으로 썼겠구나"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이제부터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었다.
언젠가 1박2일에서도 하차를 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올텐데 그때를 묻는 나피디의 질문에, 뮤직뱅크는 아니더라도 토크쇼같은 거라도 부탁을 할 것 같다며, 화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아름답게 헤어지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피디와 우정작가는 정말 배워야하는 자세라고 감탄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전국에 수많은 지방의 도시와 섬들을 다니며 1박2일이라는 제 2의 전국노래자랑을 지켜왔던 김종민. 세삼 그 세월이 놀랍고 그 꾸준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대단히 재미있거나 유능한 연예인이 아니다. 달변가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자도 아니다. 동네에 한명 쯤 있을 것 같고 우리반에 한명 정도 있었던 성격좋고 무던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토록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내 개인적으로는 꼭 잘나고 뛰어나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거래처와 일할 때 능력있고 말만 번지르한 사람들 보다는, 좀 부족하고 어눌하지만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에게 더 정이가고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전자는 금방 이직을 해서 이 바닥에서 자취를 감추지만, 후자는 여전히 내 옆에 여전히 남아서 10년 이상 가는 동반자가 되더라는 것이다.
그 세월을 견디며 스캔들이나 사고 한번없이 살아남은 김종민. 이제 그가 어디나와도 반갑고 그의 어리숙함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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